Make precious life/회고

내가 아는 나 (a.k.a 삶의 지도)

뚜찌지롱 2023. 1. 30. 21:19

본 글은 글또 8기에 지원하기에 앞서, 지원자들의 삶의 지도를 그려보라는 운영진님의 큰 뜻(?)으로 쓰게 되었습니다. 

삶에 대한 회고는 처음 해보는지라, 돌이켜보았을 때 저의 성향에 영향을 미쳤던 경험과 기억을 위주로 작성해보려고 합니다. 각 문단의 내용이 두서 없이 진행되는 점 양해 부탁드리며, 마지막 단락에 퍼즐을 맞추는 방식으로 저의 성향과 어떤 욕구를 가지고 있는지 설명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기억에 없는 유년시절과 기억 하고 있는 나]

아주 어렸을 적 기억에 없는 유년 시절 얘기를 들어보면, 저는 명량하고 말 잘하는 아이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가끔 기가 차는 말을 해서 어른들을 당황시켰다곤 하네요. 하지만 성장 과정에서 버그가 있었던 것인지 제 기억 속에는 항상 말하는 것에 자신이 없었고, 설명하는 것은 더욱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기피 직업이 선생님일정도 였죠. 이러한 생각은 단순히 ‘내가 이런 사람이야.’ 정도의 인지 상태였고, 당시 불편한 상황이나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는 상태로 유년 시절이 흘렀습니다. (여담으로 말씀드리면, 모순적인 점은 저의 여러 꿈 중 하나가 CEO였다는 점입니다. CEO의 덕목 중 하나인 화술 측면보다는 모든 것을 총괄하고 아우르는 모습에 CEO가 멋있게 다가왔습니다.)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

고등학교에 입학한 후, 우연히 맡았던 임시 반장을 계기로 저의 인생이 바뀌었습니다. 분명 말 수가 많지도 않고 끼가 많은 것도 아니었지만, 학급 분위기를 조성하고 학급 회의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는 일이 즐거웠습니다. 또한, 반장이라는 명목하에 친구들에게 다가가는 법을 배우고 우정을 쌓았던 기억들이 저의 자존감을 높여주었고, 외향적인 성향이 드러나도록 해주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임시 반장으로 타지에서의 고등학생 생활을 시작했고, 2년 동안의 반장과 학생회 임원으로 그리고 대학교에서 과대, 학생회 임원, 부학회장이라는 직책을 맡는 경험까지 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이 모든 활동이 즐거웠던 이유는 유연하고, 털털했던 성격 덕분인 것 같습니다. 누군가를 대하는 태도에 있어서 항상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모든 의견이 존중되어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옳고 옳지 않음을 떠나 ‘그럴 수 있지.’라는 마음을 가지는 것은 우물 속에 있는 시야를 벗어날 수 있게 해주었고, 그 덕분에 다양한 사람을 이해하고 스스로 더 나은 사람이 되게 하여 주었습니다.

 

고등학교에서 임원활동 외에도 기억남은 것은 공부입니다. 돌아가고 싶지 않은 순간을 물어본다면 고등학교 3년이라고 할 정도로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여 공부했던 것 같습니다. 중학교 때 비교적 쌓아왔던 지식이 부족했던 터라 남들보다 2-3배는 열심히 했고, 점심시간과 저녁시간 그리고 통학시간과 같은 자투리 시간을 할애하였습니다. 그 결과, 2등급이라는 성적을 올리고 전교생 200명 중 14등까지 경험하였습니다. 이러한 경험들은 제가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저 자신에 대한 가능성을 볼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또한, 지금까지도 어떤 일을 하다가 고난에 처해있을 때, 혼신을 다했던 3년의 기억을 떠올리며 동기부여를 받곤 합니다.

 

[통계학과에서 꿈 찾기(feat. 기나 긴 여정)]

열심히 했던 결과로 진학하고자 한 통계학과에 입학할 수 있었습니다. 수학을 좋아하여 진학하게 되었지만 사실 통계학과에서 데이터 분석 방법을 배우는지는 인지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당시 데이터 분석이라는 용어가 익숙하지 않아 현실과의 괴리감으로 통계학이라는 학문과 친해지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알면 알수록 더 어려웠고 배워야 할 분야와 범위가 끝이 없게 느껴졌습니다. 통계라는 학문이 싫다가도 아무나 못할 것만 같은 느낌에 꼭 해내고 싶은 마음이 공존했습니다. 결국, 저는 후자를 선택하게 되어 석사까지 마치고 지금은 데이터 분석이라는 직무를 마음에 두고 있습니다. 석사를 진학하기로 마음먹은 가장 큰 이유는 쪼개어진 지식 퍼즐을 맞추고 싶었고, 전공을 살리고자 함이었습니다. 2년의 기간을 후회하지 않기 위해 열심히 임했고, 깃, 블로그를 통해 공부했던 내용과 프로젝트를 기록하였습니다.

 

그렇게 석사 졸업 시점에 삼성서울병원 의학통계센터에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석사 연구실 특성상 프로젝트보다는 학문연구에 집중했었기 때문에 실무를 접해볼 수 있는 경험이 적었습니다. 그래서 어떠한 분야로 가야겠다는 고민을 하지 못하고 오로지 통계를 잘 사용할 수 있는 분야로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우연히 학과 선배가 의학통계분야에서 재직 중이었고, 실무 내용을 들었을 때 통계적 지식이 많이 필요로 하는 분야처럼 느껴져 영향을 받고 지원했던 기억이 납니다.

입사 후, 이제는 정말 실무 데이터라고 할 수 있는 데이터를 만지고 R을 사용하여 코드를 생성하고 데이터 분석에 대한 결과를 전달하면서 데이터 분석이란 것이 어떤 것인지 그때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분석을 진행하면서 점점 더 큰 인사이트를 찾고 변화를 가져다줄 수 있는 분석을 하고자 하는 욕심이 생겼습니다. 그와 동시에 의학통계라는 분야에 흥미를 잃어가고 있었습니다. 재직 중이던 회사의 업무 특성상 컨설팅의 성격을 띠기 때문에 매번 같은 프로세스의 업무를 수행했고, 어느 순간 성장하지 못하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그렇게 처음으로 도메인 분야에 대한 고민과 스스로 무엇을 분석하고 싶은지 집중적으로 탐색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관심 있는 분야에서 데이터 분석을 수행하며,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조직에 가고자 이직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채용공고를 보며, 기업에서 데이터 분석가는 무슨 일을 하는지 먼저 탐색했습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평소 관심이 없었던 제조업의 데이터 분석은 어떤 일을 하는지 읽어도 감이 잡히지 않았습니다. 반면, 커머스나 실생활에서 이용하고 있는 서비스에 대한 데이터 분석은 대략적으로 상상이 되었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여 서비스를 개선하는 일’에 호기심과 흥미가 느껴졌습니다. 예를 들면, 고객이 어떤 경로로 서비스를 이용하는지 파악하는 퍼널 분석과 전환율을 늘리기 위해 고객이 느꼈던 불편함을 개선하거나 프로모션 기획하는 일은 모두 고객의 심리를 기반으로 진행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평소 사람의 심리와 생각에 관심이 많았던 저에게 무척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그렇게 실생활에서 자주 이용하고 있는 커머스 업계에서도 패션업, 금융업 정도로 이직을 고민했습니다.

 

이직을 위해 키워야 할 역량들을 탐색하고, 도메인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 <SQL 분석캠프>와 홍보/마케팅의 지식> 교육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사이드 프로젝트를 통해 배운 것을 실습했습니다. 그 외에도 책과 강의들을 통해 데이터 분석가가 가져야 할 역량과 데이터를 바라보는 시선 그리고 활용 사례들을 공부하고, 북스터디를 통해 현직자의 인사이트와 고민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누구?]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이야기를 적다 보니 글이 길어졌습니다. 과거를 돌아보는 과정에서 잊고 있던 기억들이 떠올랐고, 그 기억에서 저 스스로 어떤 감정, 마음이었는지 이성적인 마음에서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항상 세상의 이치는 똑같으니, 넒게 보려고 하고, 급할 필요 없고, 본질만 잘 새기고 있으면 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현실 상황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다 보니 어느샌가 흔들리고 있는 저의 모습을 보고 있네요. 하지만 흔들린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저는 지금에도 아무 일을 만들기 위해 글또에 지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제가 누구냐면, 하고 싶은 말과 나누고 싶은 생각이 아주 많지만, 그것을 나누기 위한 글이나 말을 함에 있어서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이며, 커리어적인 면에서 하고자 하는 것이 뚜렷하고 다양한 직군과 커뮤니케이션, 협업을 통해 T자형 인재가 되고 싶은 사람이며, 대화를 통해 다양한 식견을 받아들이는 것을 좋아하는, 그리고 모든 부분에서 성장 욕구가 강한 사람입니다.

 

막상 글을 써내려가기 위해 노트북을 켰을 때는 막막했는데, 적다 보니 TMI도 많아지고 또 다른 저를 발견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는 기억들이 재미있기도 하고, 아쉽기도 했네요.. 

글또를 통해 2023년의 반 분기를 의미 있게 보내고 어떤 의미로든 더 강한 사람이 되고자 합니다. 

 

 

 

최근 업데이트(2023.09.24)